스마트 베타 전략, 시장을 얍삽하게 이기는 방법. 프로 투자자들의 관점 엿보기 11편.
앞선 10편에 걸쳐서, 특정 주식 한두 종목 고르는 것보다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게 수학적으로 합리적인 방향임을 확인했습니다. 손실은 줄이면서도 수익은 높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여러 전략들을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피둥피둥거리는 백수라 공부도 하고, 분석도 하고, 소일거리도 하고 그러는데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멋지게 사회에서 활약하느라 시간이 부족할 수 있어요.
일반 투자자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은, 아무래도 인덱스 펀드, ETF를 활용하는 것이 있겠어요. 전에도 다룬 내용이었죠. 잘 모르겠다면 ETF 관련한 콘텐츠 확인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TF 투자 가이드 북이라는 단편 시리즈로 만들어봤는데, 성장하고 싶은 투자자 분들께는 유익하실 겁니다.
https://assetcoach.tistory.com/m/22
https://assetcoach.tistory.com/24
일반적으로 ETF 이용하면, 코스피200같은 시장 대표 종합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 서비스로 투자하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주요한 지수의 등락에 따라 기계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패시브 투자 전략이라 합니다. 반대로 액티브 투자 전략도 있습니다. 액티브 투자 전략이란, 개별 종목의 투자 매력을 분석하고 시가총액 비중과 다르게 투자해서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패시브 투자에서, 꼭 대표적인 지수에만 투자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시장에는 여러 유형의 종목이 있어요. 단순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만 구성된 지수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우량한 종목들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면 더 좋지 않을지 싶어서 액티브하게 투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옛날부터 액티브 펀드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명화하고 정량적인 규칙에 근거해서 운용하기보다, 정성적이거나 주관적인 분석에 의해 운용되는 경우가 많고, 장기간에 걸쳐서 시장 지수를 이기는 경우는 전체 액티브 펀드 중에 얼마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주기적으로 제기되고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보수는 패시브 펀드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으니, 패시브 펀드에 비해서 액티브 펀드는 늘 비판의 대상이 될 여지가 많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구도에서, 새로운 개념의 대안적 투자 전략이 나오게 됩니다. 이것이 이번에 다루려고 했던 스마트 베타(Smart Beta or Strategic Beta)로 명명되는 ETF를 통한 투자 전략입니다. 시장 대표 수익률을 '베타', 시장 대표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알파(초과 수익)'라고 하는데요. 베타보다 더 스마트하게 초과 수익을 내는 전략이라고 해서 스마트 베타 전략입니다. 스마트 베타 전략을 요새 웹소설 제목처럼 말하면, '베타보다 더 많이 버는데 똑똑한 방식으로 벌겠어' 전략입니다.
스마트 베타는 팩터 투자가 기반인데요. 팩터 투자라는 것은 객관적이고 계량적인 기준에 근거해서 종목을 분석하고 주식을 투자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팩터 투자는 기존에 퀀트 펀드 하우스에서 주로 활용되는 방식이었는데요. 액티브 펀드 전략들을 정량화하여 객관적인 측량에 기초하여 운영하는 방식으로 재탄생시키는 맥락입니다. 사이보그같은 거에요. 인간을 카피 떠서 기계화한 것이죠.
세계적으로 ETF가 대중화되면서 액티브 퀀트 전략들이 전략형 지수라는 형태로 포장되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종류 중 하나가 지금 살펴보고 있는 '스마트 베타 ETF'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투자도 점점 학문적으로 구조화되어 가고 있다.
너무 당연한 얘기기도 하겠습니다. 다만 초보 투자자분들께서는 필요할 수 있는 관점이라 설명드리겠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포트폴리오 수익의 요인은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정 역량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여기서 시장 수익률을 추종하는 전략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제거한 나머지가 진짜 펀드 매니저의 종목 선정 역량이라고 평가하는 맥락이 등장했습니다. 1980년대에 그래서 '알파'라는, 시장 수익을 제외한 나머지 포트폴리오 수익을 중시하는 관점이 형성되었습니다. 알파가 진짜 펀드 매니저의 역량이라고 본 것입니다. 점점 깐깐하죠? 펀드 매니저들은 그래서 치열하게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합니다. 시장 수익과 팩터 수익을 기반한 감시자들이 뒤에서 깐깐하게 쳐다 보고 있으니까요.
2000년대는 이러한 분석이 더 구체적으로 변해서, 시장 수익을 제외한 나머지 포트폴리오 수익 중에서도, 펀드 매니저의 종목 선정 기준을 정량화해서 그대로 카피할 수 있는 수익은 팩터 수익이라고 불렀습니다. 시장 수익과 팩터 수익을 제외한 나머지를 진짜 '알파'라고 얘기하는 거죠. 시장 수익만 먹는 것을 패시브 투자라고 부른다면, 팩터 수익을 먹는 것은 팩터 투자, 그 외로 알파를 먹는 것이 액티브 투자라는 인식이 형성되었습니다.
우리는 기계적으로 구성된 팩터 포트폴리오를 통해, 대다수 액티브 펀드가 보여주는 알파의 대부분을 복제해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무수히 많은 연구를 통해 효용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어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주요 팩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밸류(Value): PBR(주당순자산비율) 지표 등을 기반으로 저평가된 종목들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2. 퀄리티(Quality): ROE(자기자본이익률), 부채비율 등 재무적으로 우량한 종목들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3. 로우볼(Low Volatility): 변동성이 낮은 종목들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4. 모멘텀(Momentum): 주가 및 이익이 강한 추세를 보이는 종목들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5. 사이즈(Size):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팩터들은 어찌 탄생했을까요? 액티브 펀드의 초과 성과를 분석해봤더니, 대부분의 전략들이, 일정한 팩터로 구성하면 복제가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노르웨이 연기금 자산운용 평가 결과가 대표적인 사건이 되겠습니다. 2009년과 2010년, 다른 국부펀드들은 투자 손실을 볼 당시 노르웨이 국부 펀드는 규모가 늘어나서 화제가 되었거든요. 그때 노르웨이 국부 펀드의 성장 비결은 팩터 기반의 투자였습니다. 기존 액티브 펀드 알파의 60% 이상이 팩터 포트폴리오로 만들 수 있는 성과라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실입니다.
스마트 베타 ETF란 바로 이러한 팩터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지수화하여 이를 추종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인 것입니다. 팩터 포트폴리오의 성과와 뚜렷하게 차별화된 알파를 제공하지 못하는 액티브 펀드는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수수료만 비싸고 팩터 투자로 전환하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죠. 스마트 베타 ETF는 시장의 메인 투자 전략 중 하나로 성장해왔습니다. 거시적인 흐름은 이러합니다.
스마트 베타 전략에 대해서 감이 좀 오시나요? 프로 투자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엿보면서, 자신의 관점을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도록 개선하는 방향으로 학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네요. 다음 편에서 주요 팩터들에 대해 하나씩 다뤄보려 합니다. 에셋코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