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투자의 최소 단위는 팩터였습니다. 퀀트는 팩터를 가지고 팩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낸다고 했죠. 이번에는 팩터 포트폴리오가 무엇인지, 왜 퀀트는 팩터를 그냥 안 쓰고 팩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내는지 등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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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까지 투자 세계에서 통용되는 포트폴리오의 의미부터 알아보면 팩터 포트폴리오를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저희는 지금껏 분산 투자와 자산군 혼합 등의 개념을 다루면서 '포트폴리오'라는 것이 왜 우리에게 더 큰 수익을 확보해주는가에 대해서 알아봤었습니다.
포트폴리오 개념을 다뤘던 글 확인하기.
https://assetcoach.tistory.com/m/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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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여하간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손실 위험을 줄이면서 올인하는 방식보다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맥락들을 종종 다뤘던 것 같습니다.
이쯤하면 팩터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조금씩 감이 잡힐 수 있을 겁니다. 팩터들을 각각의 관계나 특성을 고려하여 자신의 목적에 맞게 배합하여 분산 투자하는 행위 자체가 팩터 포트폴리오였던 겁니다.
팩터들은 각각 다양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서는 다양한 성질을 가진 자산들을 적절히 구성했다면, 퀀트 세계 안에서는 다양한 성질을 가진 팩터를 적절하게 구성한다는 의미가 '팩터 포트폴리오'인 셈입니다.
전통적인 자산배분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한계가 드러나곤 했습니다. 주식과 채권 등에 쪼개서 투자하는 건 두 자산군이 낮은 상관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평가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여러 자산들의 상관성이 각종 거시적인 경제 변수로 인해서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이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 같은 블랙스완 이벤트(개개인이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사건들을 뜻합니다. 나중에 블랙스완 이벤트를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가 시장을 뒤흔들면, 자산군 배합이고 뭐고 다 깨져버린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로 포트폴리오에 대한 패러다임이 조금씩 바뀌어오곤 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 회사들은 팩터 연구를 시작하게 되고, 팩터 포트폴리오도 그때부터 운용되어 왔던 것입니다.
팩터란, 자산군 밑에 숨어 있어서 직관적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금융시장이 움직이는 원리에 입각한 투자 아이디어입니다.
모두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자산군이라면, 팩터는 스마트폰을 가동하는 부품으로 구성된 회로 그리고 운영 소프트웨어랄까요. 스마트폰 겉면보다 스마트폰의 내부 스펙이 스마트폰을 더 잘 설명해주는 것처럼, 금융시장을 잘 설명해주는 건 어쩌면 팩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입니다.
기존의 자산 배분에서 팩터 배분으로 전환되는 양상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들이 팩터에 관해 발간한 주요 리서치 자료들은 2010년대 초부터 시작되어 온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왜 팩터들을 포트폴리오화할까.
단일 팩터에 투자하면 되지, 왜 굳이 팩터 포트폴리오로 운영하냐구요? 사실 포트폴리오라는 점에서는 기존 자산 배분의 맥락과 일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단일한 팩터는 절대 완벽할 수 없습니다. 팩터 하나는 금융시장의 한 단면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평면적인 요소인 셈입니다. 금융시장은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오면 단일 팩터는 기능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팩터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복잡한 금융시장을 좀 더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하는 겁니다. 이에 대한 결과가 팩터 포트폴리오인 셈입니다.
한 팩터로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욕심은, 드리블만 해서 NBA에서 우승하겠다는 말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능력과 무관하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욕심은 실리적인 이익이 안될 겁니다.
뜬금없지만 진화론의 관점으로도 팩터 포트폴리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생존을 위해서 하나의 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는 다양성이겠습니다.
종은 환경을 제어할 수 없고, 환경은 종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화하니, 필연적으로 하나의 종은 자신의 개체 속성을 다양화하기 위해 돌연변이나 갖은 방식으로 변화를 도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퀀트 투자의 발전을 이끈 구루 중 이고르 톨친스키(Igor Tulchinsky)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고르 톨친스키라는 분은 월드퀀트(World Quant)라는 회사를 창업한 창업주인데요. 이 분이 쓴 여러 책들에서도 팩터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에 한 번 이고르 톨친스키의 저작들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고르 톨친스키가 강조한 개념은 '탈규칙(UnRules)'이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규칙은 정확할 수 없고,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겁니다. 찰리 멍거(Charles Thomas Munger)도, 이고르 톨친스키도 그렇고 '하나의 개념으로는 입체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전제는 많은 지식인들이 주창하는 철학에서 나타납니다. 대부분은 칼 포퍼의 반증주의를 계승한 것이긴 하나, 본 주제는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좋은 팩터는 금융시장의 다양한 측면 중 일부를 매우 잘 설명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 환경에 맞게 다양한 팩터들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이고르 툴친스키 아저씨는 자신의 저서 <초과수익을 찾아서(Finding Alphas)>에서 퀀트 투자를 위한 금언을 몇 가지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1. 가능한 한 좋은 규칙을 많이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어떤 하나의 규칙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
3. 규칙을 동시에 사용하는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해당 금언들은 다음 편으로 상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팩터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감이 좀 잡히시나요? 실제 자산군에 비해서 팩터는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개념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껍데기를 까보면 정교한 회로가 보이듯이, 금융시장을 주의깊게 들여다 보면 팩터가 이해될 수도 있겠습니다.
우선 다음 편에서 위 금언들을 다루면서 진도를 나가보겠습니다. 에셋코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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